풀잎에게로 가다 - 예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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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게로 가다 - 예수인

풀빛 0 2718
*풀잎에게로 가다*



하얀 목련의 청순함도
바알간 장미의 아름다움도
진달래의 애절함도 아닌
다만,
풀잎에게로 간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되어
발가벗은 수줍음으로
허공을 밟으며
살며시 너에게로 간다.


너에게로 눕는다.
내 몸은 이제 진초록의
순수로 물들어 간다.
너는 잠이 든 채로
나는 너의 가슴에
조용히 숨쉬는 강물이 된다.


나의 눈물들이 너에게서
이름표를 받는다.
그리움의 눈물
아리운 소망의 눈물
너와 하나 되기 위한
기다림의 눈물
내 젊음을 기도하는
아쉬움의 눈물


나의 가슴이 너에게서
은은한 별빛을 받는다.
너와 하나로 구워지는
비취 청자의 무늬
너와 하나로 부서지는
미완성의 예술
너와 하나로 일어서는
아아--죽음으로의 초대.


그러나 풀잎이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풀잎이여 나는
너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풀잎이여 나는
너를 위하여
이제 영원으로 잠입한다.


눈뜨는 풀잎...


나는 소리없이
별빛으로 돌아가고
너는 돌아 누우며
영원을 향하여
초록의 사랑을 쏟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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