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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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별

박상도 0 2203
낯선 이별 / 공석진
 
 
 
이미 당신은 나의 이기심에 실망하여
냉정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였지만
그것은 당신과의 희미한 연결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처절한 애착이었습니다
 
천근 무게로 가라앉은 침묵은 체념으로
결국에는 아픈 생채기 아물기도 전에
상처를 헤집어 날선 비수를 그어대는
잔인한 가해자가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진정 사모하는 이유로
마음 구석 당신의 흔적을 지워야 겠지요
함께 웃고 함께 울던 소중했던 순간들은
추억 속의 페이지로 간직해야 하겠지요
 
늦은 밤에도 망연하여 잠이 오지 않고
뱃속을 종일 비워도 배고픔을 모르는
낯선 이별은 삶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그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너무 쉽게 떠나실 줄 알았다면
숱하게 헤어짐을 연습할 걸 그랬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의 악수처럼
이별에 준비하여 무심할 걸 그랬습니다
 
다신 오지 않을 야속한 당신에게 절망하여
아무 일 없듯이 애써 호흡하지는 않겠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봄날, 축제의 외길목에서
당신과의 운명같은 해후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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