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갈증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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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갈증 / 이채

좋은 글 사랑 2 7101
중년의 갈증

                      詩 / 이채

1
처음부터, 나도 모르는
신과의 약속이 있다면
그 약속을 어기고 싶다면 어찌할 텐가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고
'미안해' 라는 한마디로..
그렇게 얼버무리고 싶다면 어찌할 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싫다기보다 두려워질 때
한 몇 년만이라도 시간을 붙잡아 놓고
젊음을 연장하고 싶다면
신은 어떤 죄목으로 나를 재판할 것인가

2
중년의 나이로 살다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외로움에
잠을 깨고, 다시는 잠을 이루지 못하여
몇 번이고 자신을 쓸어내려야 할 때
무작정 달려온 가쁜 숨결은 하얗게 누워
사랑도 자라지 못할 빈 들판 같고
빈 들판의 바람 같고
그 바람의 낙엽 같고
그 낙엽이 흙이 되고 잎이 될 동안
헐벗어 홀로 선 나무 같다

3
이제는 흉내조차도 낼 수 없는
겁 없이 걸어온 용기가 기특하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하늘을 받치고 섰으면 그만이었지
그맘땐 하늘도 가벼웠고
땅도 힘차게 밟고 섰으면
발 아래에서 무게를 잃고 말았지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던
내 평생의 지금은 과연 어디쯤인가
바라보는 것마다 생각은 많고
바라보는 곳마다 점점 먼 것들

4
우리는 어디를 걸어가든
저녁으로 향하는 길을 가고
그 뜻과 그 하루의 끝에서
우리가 낮 동안 썼던 긴 이야기는
결국 저마다 한 권의 자서전이 되어
기쁨과 슬픔과 그리고 나머지 것들이
정직과 거짓과 그 속의 모순에도
마지막 한 줄을 쓰고
새로운 어딘가를 떠나야 할 때
그곳에서도 그리워하며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별 하나 간직하고 갈 일이다
2 Comments
쨈천 2011.08.25 15:51  
일단 퍼가서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보겠습니다. 중년의 갈증
옥현이요 2011.08.31 15:46  
저도 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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