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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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좋은 글 사랑 0 4992
10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詩 / 이채


가을밤 청청한 소나무를 타고
우물 속으로 떨어진 달이 처연히도 빛나노라
긴 두레박을 내려 그 모습 길어올리면
나뭇가지에 걸려버리는 내 하얀 목선


묵언의 몸짓으로 혼자 감당해야 할
아침까지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겨울로 가는 달빛의 슬픔이 한층 차가워지는 만큼
그만큼의 긴 고뇌를 10월의 달과 함께 견뎌내고 싶은 것일까
우물가에 기대어 달과 나의 시차를 극복하고
이슬 한 방울로 만나고 싶은 꿈의 안부를 묻는 중이다


매일 매일 신이 내게 던진 주문을 읽으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지만
기적을 바라지 않기에
애당초 기적 같은 건 없는 거라고
오래 비워둔 내 방의 꽃병에
푸른 달빛을 채우며 꽃을 꽂는다. 그리고
역사는 내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라고 혼자 중얼거리지


하늘의 달이 지상의 달이 될 때
나의 고백은 서늘해질 수밖에 없지만
나뭇가지에 걸려버린 내 하얀 목선 같은 달빛이여!
내일이 가는 길과 그 길의 바람의 온도를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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