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만난 바위말발도리 / 김승기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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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서 만난 바위말발도리 / 김승기詩人

석당 0 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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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북한산에서 만난 바위말발도리




비 그친 여름 새벽
북한산을 오른다

서울 나들이 때마다 친구들 입에서
「우리에게도 설악산에 버금가는 산이 있다.」기에
짬을 내어 함께 오르는 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딛는 발끝에서 아침해 떠오르고
내게로 달려드는 물소리가
서늘하게도 뼈마디를 콕콕 찌른다

가파른 산일수록 참나무는 꼿꼿이 허리 세우고
반가웁다, 소나무가 앞을 막아선다
앞서던 발길 멈추고 만나는 나무들 인사하며
「서울에도 산이 있구나.」
혼잣말로 가슴 속을 씻어 내린다

밤새 비 맞은 오리나무가
팔이 아프다고 무겁게 잎을 휘저을 때
후두둑 떨어지는 이슬에
뒤따르며 얼굴 들다 콧잔등을 맞은 친구는
「어라, 비 오네.」
안타까워할 때
「아니야, 때묻은 짐승들 한 무더기 올라오면서
산을 더럽힌다고 침 뱉는 거야.」하며
옆에 있는 화살나무가 저네들 말로 받아친다

「그래 우리가 또 산에 때를 묻히는구나.」
중얼거리며 얼굴 벌개져 돌아서려는데
눈앞에서 함초롬히 꽃을 달고
방긋이 웃고 있는 바위말발도리
「너는 언제나 깨끗한 영혼을 지녔어.」
나를 반기며 속삭인다

「아, 여기서 너를 보는구나.」
산이 좋아 꽃이 좋아
속情 아낌없이 주었더니
어느새 들꽃으로 여기 앉았구나 의심하며 나도
빙그레 눈맞춤해 준다

산새가 날아와 조용히 하라고 타일러도
친구들 영문 몰라 떠들기만 하는데
말로 설명한들 알겠는가 갸웃거리는 내게
손으로 입막음하며 눈짓하는
바위말발도리

그 앞을 바람이 화르륵 불어가고
언제 무슨 일 있었냐며
물소리가 얼른 지우고 간다





※ 바위말발도리 : 범의귀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 중턱이나 산기슭 바위틈에 자생한다. 나무껍질은 연한 회갈색이며 껍질이 벗겨진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양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다. 4~5월에 햇가지에 흰색의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익는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벌 나비가 많이 찾는 꽃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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