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 김승기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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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 김승기詩人

석당 0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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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피




  조금 더 가까이 와
  그렇게 떨어져 있지 말고.

  한 때는 없어서는 안될 주식이었는데, 언젠가 쌀에게 밀려난 후 지금까지 피사리 당하는 아픔만 겪었어. 지난 일이야 항상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게 마련이지만, 정말 그 때는 많은 행복을 안고 살았어.
  그대를 향하는 마음 아직도 가슴이 뛰어, 그대 지나는 길녘에 목을 길게 빼고 꽃으로 피웠어. 시선을 돌리지 말어. 한 번쯤은 내게 눈길을 줄 수 있잖어. 미움이야 참아낼 수 있어도 잊혀진 슬픔은 견딜 수 없어.
  제발 농약은 치지 말어. 지금도 피사리의 아픔이 날마다 먹구름으로 커다랗게 덮이는데, 제초제의 폭탄세례에 이제는 꽃조차 피우기 힘이 들어. 열 손가락 손가락마다 깨물면 아프듯이 지금껏 공들여 꽃 피운 우리의 역사, 기꺼이 두 팔을 벌려 안을 수밖에 없잖어. 우리에게 이미 존재하는 진실을 농약으로 하여 너무 쉽게 전설로 신화로 남아 전하게 할 수는 없잖어.
  억세고 거칠어 더욱 순수한 꽃, 그대 옆에서 영원히 순수한 꽃으로 피어나고 싶어.

  그대여, 조금 더 가까이 와
  그렇게 떨어져 있지 말고.





※ 피 : 벼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논, 논둑, 밭, 밭둑에 자생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엽초는 길며, 엽설은 없다. 7~9월에 꽃이삭(호영)이 달리며 담록색 또는 자갈색의 꽃이 피는데 이삭에 까락이 있다. 쌀이 없을 때 주식(主食)으로 식용하였으며, 구황식물로서 식용하고 사료용으로도 쓴다. 한방에서 종자(씨)를「삼자(穇子)」라 하여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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