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야생화 / 김승기 詩人
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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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00:51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서울의 야생화
서울에서는 꽃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땅은 온통 시멘트 블록으로 덮여 있고
빌딩으로 높은 하늘, 매연으로 별이 뜨지 않는
서울의 땅에서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벽에서 반사되는 복사열이
모든 걸 녹여버리는
서울의 땅에서는
풀꽃도 나무꽃도
피울 수가 없습니다.
공원엔 열대성 수목과 개량종 외국 화초가 자리잡아
야생화는 뿌리를 내릴 수 없고
사람들은 우리의 야생화를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물 건너온 관엽식물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
뜨거운 모래밭
서울에서 홀로 꽃 피우는 가냘픈 몸짓
어찌 해야 좋을까요?
이제라도 가꾸어 가야 하는
결코 멈출 수 없는 일
오늘도 힘겹게 잎을 틔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