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 김승기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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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 / 김승기 詩人

석당 0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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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등 꽃




  그는 언제나 행복해 하였다
  배배 꼬이고 비틀어진 몸 세우기 버거우면서도 그를 사랑해 주는 햇빛과 바람이 늘 함께하기에, 불구의 몸이라고 비웃는 손가락질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의 영혼은 어느 누구보다도 맑고 깨끗해서 여름이 올 때마다 꽃으로 자수정 목걸이를 만들어 햇빛과 바람에게 걸어주곤 하였다.
  그 자수정 목걸이는 너무도 맑고 투명하여서 항상 그윽한 향내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으며, 그 향내는 하늘 밖에까지 퍼져 나가기도 하고 땅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기도 하면서 오색무지개를 만들어 햇빛과 바람을 눈부시고 황홀하게 하였다.
  그는 몸에 두르고 있는 푸르고 커다란 날개옷으로 깊고도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여름 내내 더위에 지쳐서 허덕이는 벌 나비 여치 메뚜기 잠자리 매미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이 잠시나마 날개 접고 쉴 수 있는 이부자리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겨울에는 하늘마저 쩌엉쩡 금이 가는 추위에 앙상한 가지를 허공에 내맡긴 채 온몸이 더욱 배배 꼬이고 비틀어지면서도 그 위에 더께로 쌓이는 눈을 오히려 포근한 이불로 삼아 다시 오는 봄 여름에는 더 푸른 잎을 틔우고 더 찬란하게 자수정 목걸이를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었고 또 그렇게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 가진 것 없는 불구의 몸이면서도 이 세상에 한 몸 있음을 언제나 고맙게 여기었다.
  그래서 그는 늘 행복해 하였다.





※ 등 : 콩과의 낙엽성 활엽 만경목으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충청북도의 속리산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각처의 집 근처 또는 길가에 관상수로 식재한다. 잎은 어긋나는데 깃꼴겹잎으로 긴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잎자루가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5~6월에 자주색의 꽃이 나비 모양으로 피어 주렁주렁 매달리는데 향기가 진하고 꿀이 많아 벌 나비가 많이 찾는 밀원식물이다. 9~10월에 편평하고 긴 타원형의 꼬투리로 된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꼬투리 속에 동글납작한 갈색의 씨가 들어있다. 꽃을 식용하고, 한방에서「다화자등(多花紫藤)」이라 하여 뿌리와 종자(씨)를 약재로 쓴다. 흰색의 꽃이 피는 것을「흰등」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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