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지똥 / 김승기 詩人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방가지똥
길가 돌 틈에서 푸르게 돋는 싹을 보며,
엉겅퀴일거야
다름 아닌 가시엉겅퀴일거야
굳게 믿었지
줄기 벋어 잎을 틔우는 걸 보면서도,
틀림없이 가시엉겅퀴야
이제 황홀하게 피어나는 보랏빛 꽃을 볼 수 있겠구나
확신하며 자신했지
어찌 하랴
여름이 끝나가도록 꽃 피울 줄 모르더니
뒤늦은 가을에 와서야 피우는
아차 이런, 노란 꽃이 웬 말
방가지똥이라니,
계획되어 온 삶이 무너져 내리는구나
한 순간에 일생이 어긋나고 말았구나
앞으로의 남은 삶에 즐거움이 있을까
기쁨 또한 있을까
무엇으로 너를 탓하랴
어리석은 착각으로
설계를 잘못한 내 허물인 것을
후회는 말자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아주 무의미한 것만도 아니잖는가
너는 너대로 또 아름다운 꽃인 것을
이 세상 어느 꽃인들 예쁘지 않으랴
너로 하여 즐겁고 기뻤던 적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두가 행복인 것을
※ 방가지똥 :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로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길가 또는 황무지의 들판에 자생한다. 줄기에 털이 없으며, 속이 비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길고 넓은 피침형으로 날개가 있는 잎자루가 있으며, 깃모양으로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이 모양의 톱니가 있고, 톱니의 끝이 바늘처럼 뾰족하여, 꽃이 피기 전에는「가시엉겅퀴」와 혼동하기 쉽다. 5~10월에 황색 또는 백색의 꽃이 피고, 8~10월에 흰색의 갓털이 달린 열매가 공 모양으로 익는데 씨앗은 갈색이다. 어린잎을 식용하고, 한방에서「속단국(續斷菊)」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