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쓰는 편지 / 공석진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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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게 쓰는 편지 / 공석진詩

박상도 0 2030
봄에게 쓰는 편지 / 공석진 

 

친구여, 가까이에 오고 있는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자네소식에 가슴이 떨려 잠 못 들고 있다네
겨우내 우릴 괴롭힌 동장군도 반격하듯 몰려오는 자네 위력에
무기력해져 뒷걸음치고 있더군

못된 동장군의 매운 시샘에 오는 발걸음 멈추지는 말게나
관심어린 애정으로 애태우며 어귀에서 기다리는 내가 있으니
자네는 어찌 든든하지 않겠는가

고맙네, 가난하고 약한 우리는 자네만이 유일한 희망일 뿐이지
다시는 내곁을 떠나지는 말게나
다가서면 어느새 더욱 멀어져서 내심 서운하고 서럽기도 하네만
어쩌겠나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 재회의 기쁨을 배가시키기 위한
자네의 친절한 배려심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오늘은 우리가 지독히 싫어하는 쌀뜨물같은 황사비가 내렸다네
숨통 조이는 눈 아픈 비바람이 푸석푸석 먼지내며 뿌려대더군
불청객에 발걸음 주춤했겠네만 풀이 죽어 용기를 잃지는 말게
다시는 남의 땅 넘보지 못하게 꽃의 장막을 단단히 쳐놓겠네

이제 갓 난 애기 꽃봉오리들이 흙먼지 비바람에 무사했을까
시름시름 앓고 있지나 않을까 걱정으로 밤을 하얗게 새웠다네   
그러나 다들 다행히 무사하였네
뜻 깊은 희망메시지 아니겠는가

지나고 나면 아무 일 없듯이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일에도
상처로 자포자기하는 청년에게 억수비 흘레바람 휘몰아쳐도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어내어 세상에 화려함의 극치를 선사하는
꽃봉오리가 큰 위로가 될 것이네

어여 오게나, 어여 오게나
일 년만에 귀환하는 자네가 너무너무 눈에 밟힌다네

자네를 갈망하는 벗으로 부터

 

 
秋岩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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