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 / 양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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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 / 양전형

밤바다 0 1597
풀빵

눈발이 서러운 날에도 오일장은 섰다
가마때기 둘러 입은 아기돼지 두 마리
어머니의 등에 업혀
오만 요동 다 치며 장길을 따라 나섰다
아이들은 동동거리며 언 손 비비며
풀풀하게 보채는 뱃속을 달래느라
어머니 오시는 돌담길목에 눈알을 빠트렸다
아기돼지가 낳은 풀빵 한 봉지
어머니의 잰걸음에 실려 우리 집에 왔다
빠졌던 아이들 눈 알이 희번덕이 달라붙었다
납작한 가슴 살에서 가난을 앓던 팥알 두어 개
배고픈 풀빵은 큼지막한 입으로
아이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아이들의 볼록한 허기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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