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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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김기택

유용선 1 5309


                                    김기택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 속에 빛을 우겨넣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틈
미세하게 벌어진 그 선의 폭을
수십년의 시간, 분, 초로 나누어본다
아아, 얼마나 느리게 그 틈은 벌어져온 것인가
그 느리고 질긴 힘은
핏줄처럼 건물의 속속들이 뻗어 있다
서울, 거대한 빌딩의 정글 속에서
다리 없이 벽과 벽을 타고 다니며 우글거리고 있다
지금은 화려한 타일과 벽지로 덮여 있지만
새 타일과 벽지가 필요하거든
뜯어보라 두 눈으로 활인해보라
순식간에 구석구석으로 달아나 숨을
그러나 어느 구석에서든 천연덕스러운 꼬리가 보일
틈! 틈, 틈, 틈, 틈틈틈틈틈......
어떤 철벽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틈의 정체는
사실은 한줄기 가냘픈 허공이다
하릴없이 구름이나 풀잎의 등을 밀어주던
나약한 힘이다
이 힘이 어디에든 스미듯 들어가면
튼튼한 것들은 모두 금이 간다 갈라진다 무너진다
튼튼한 것들은 결국 없어지고
가냘프고 나약한 허공만 끝끝내 남는다
1 Comments
유용선 2004.01.16 23:07  
재건축을꿈꾸는사람들이살고있는개미굴같은데서살아본적이있다전세살이
보다는싸구려라도제집이낫지싶어그러한집을내  것으로삼았었다거기집주
인들자기집에틈이생기면무척기뻐한다원체가  날림이라서평균수명보다도
한십년은먼저헐릴것같은집들이건만성급한마음  은남몰래제집을부수고있
었다그때부터생겨난궁금증인데바깥에금이가  려면속안에는얼마마한틈이
생겨야할까보이는곳의상처보다내면의상처는얼마만큼더많이벌어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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