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비름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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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비름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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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말똥비름


말똥 쇠똥 뒤집어쓰고
발길에 채이며
많은 세월을 무시당했느니라

참으며 이겨내야 좋은 꽃을 피운다 해서
괴로움을 약으로 삼았느니라

아무렴, 죽기는 쉬워도
살아내기가 더 어렵다는 겨울
그렇다고 쉽게 죽을 수야 없지 않느냐

이 줄기 저 줄기
드문드문
한겨울에도 살아 있는
시퍼런 잎사귀,
억척으로 살아온 삶의 누더기
왜 떨쳐버리고 싶지 않았겠느냐

겨울을 건넜다고
쉽게 또 살아지는 세상이더냐

그래도 살아야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도 다 뜻이 있어
이 세상에 나왔을 터,
꽃을 피우고 나야 죽어지는 목숨
작지만 눈부시게 피워야지

차거운 땅바닥에 드러누워
천대받으며 살았어도
돌각서리 틈바구니에서
단단해지는 두터운 잎으로
노랗게 꽃 피워내는 걸
그래, 보고서도 모르겠느냐

그렇지, 진주도 살을 에는
아픔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고통의 기름으로 피우는 등불이어야
어둔 하늘에 별이 되지 않겠느냐

딱딱한 길바닥 위에서
눈물나게 천진스런 웃음이
여름햇살 아래 눈부시다.





※ 말똥비름 : 돌나물(꿩의비름)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들이나 논둑 또는 산기슭의 습한 곳에 자생한다. 전체가 통통한 다육질로서 부드럽고 연하며, 원줄기 밑부분이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 잎은 줄기 밑에서는 마주나고 위에서는 어긋나는데 계란형 또는 주걱 모양으로 잎자루가 짧고 끝이 둔하다. 보통 6~8월에 노란 꽃이 피는데, 제주 지방은 1월에도 꽃이 핀다.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살눈으로 번식한다. 한방에서「소전초(小箭草)」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원래 말이 배설한 배설물이 있는 데서 잘 자란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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