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풀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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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풀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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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사마귀풀


어떻게 여기 꽃으로 앉아 있는가

어릴 때
손등 여기저기서
울퉁불퉁 불거지며 괴롭히던
지워지지 않는
멍울

풀숲
꽃잎 뒤에 숨어서
인정없이 낚아채는 위장술의 함정에
꿀 찾아 내려앉다가 사정 모르고 걸려드는
나비 잠자리 메뚜기들 보며,
약육강식의 세상살이에 눈뜨던
눈물의 소년기

사랑한다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교미하면서도
제 짝을 물어뜯어 잡아먹는
야멸찬 암컷의 본능에
몸서리치던
아찔한 사춘기

사랑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갑자기 독감으로 다가와
靑壯年을 내내
지독한 몸살로 들뜨게 하던
눈먼 외사랑

꽃을 찾아 詩를 쓰며
知天命이 되어서도 절감하는
아직도 서투른 사랑법

힘들게
산 넘고 강을 건너 찾아가는
生의 길,
그 끝은
결국 죽음인가

죽어야 끝이 나는 話頭
온몸을 짓누르는데,
어느 누구를 또 속이려고
淸雅한 몸단장으로
꽃이 되어 앉았는가

너야말로
잘못된 이름으로 불려지는
불명예를 걸치고 사는 일생이건만,
얼핏 보아도
사마귀를 닮은 몰골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한 번 비뚤어진 내 마음이
너의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구나





※ 사마귀풀 :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 논이나 늪 또는 연못가와 도랑가 등의 습지나 물에 자생한다. 줄기는 옆으로 기면서 가지가 갈라지고, 각 마디에서 수염뿌리가 나오며, 위쪽은 비스듬히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는데 피침형으로 잎자루는 엽초 모양이며, 끝이 차츰 뾰족해지면서 부드럽고 광택이 난다. 6~9월에 흰색 바탕에 연한 홍자색의 꽃이 피는데 잎겨드랑이에 한 송이씩 달리고, 9~10월에 열매가 타원형으로 익는다.「애기달개비」또는「애기닭의밑씻개」라 불리기도 하는데, 손등의 사마귀에 약으로 쓰인데서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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