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풀 / 김승기 시인
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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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2 02:48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한계령풀
바람이 얼마나 꽃심을 후려쳤길래
이른 봄 높은 산에서
진노랑으로 눈부신 울음을 우느냐
혼자서 건너온 겨울의 강이
그렇게도 멀고 깊었더냐
샛노랗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서
눈물 바다
통곡이네
더는 바라볼 수가 없어
이제 네게로 가야겠구나
산 아래서
그리워 그리워하며 맴돌던 외로운 내 영혼이
지금이라도 네 꽃술에 입맞추면
기쁘게 웃음 터뜨릴 수 있겠느냐
혼자 누리는 행복보다는 함께하는 고통이
별빛 같은 웃음 솟는다는 걸 아직 모르겠느냐
※ 한계령풀 :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태백산 이북의 백두대간 높은 산의 경사지에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전체에 털이 없으며, 뿌리는 땅속 깊이 곧게 들어가고, 둥근 뿌리줄기가 달린다. 잎은 어긋나는데 2회3출엽으로 된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타원형으로 끝이 둥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처럼 생긴 턱잎은 줄기를 둘러싼다. 4~5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고, 6~7월에 열매가 둥근 모양으로 익으면서 시들어버린다.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졌으며,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희귀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