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공석진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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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공석진詩

박상도 0 2329
침묵 / 공석진
 
 
 
침묵은 고독한 자의 설움
말하지 않아도 그리움은 안다
당신의 마음으로 가는 길은
이 제한된 몇 마디 말로는
결코 어림도 없지만
 
서러움 차곡차곡 쌓아 둔 채
절절한 그리움이
그대 마음에 도달할 때까지
힘들어도 많이 힘들어도
침묵으로만 부른다

 
그악스럽게 변명을 일삼던
죽은 듯 적막했던 우울
고요함이 균열되도록
굳게 입 다물고 있는 이 가슴이
깨어지도록 두드리고 싶었다

지긋지긋하게 흐르던 정적 
거짓 사랑으로 침묵이 난처하여
의도적으로 말만 많아
때때로 혀가 꼬여
제 멋대로 우기기만 하였다

아, 과묵한 당신
숱한 인연의 시종을 알 수 없는
멍한 허허로움을 회상하고 
가부좌 틀고 앉아
잔잔한 미소로 말문을 닫아 버린 

잠적해 버린 겨울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설같은
말보다 더 큰 사랑을 고백하려
인내심으로 말을 가둘 때
큰 감동으로 가슴 저미는 
 
고백할 말이 너무 많아
그리움이 부풀어 터지도록
할 말 다하지 못해 꾹 입다문
당신과 나의
침묵
 
 
 
秋岩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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