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칡 / 김승기 시인
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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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04:31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등 칡
칡인가 藤인가
감아 오를 나무가 없으면
땅 위를 멀리 벋기라도 해야지
구불구불 세상을 휘어감지도 못하면서
또아리 틀어
제 몸뚱이만 뱅뱅 돌리고 있으니
나른하게 늘어지는 늦봄이
저렇도록 배배 뒤틀어졌지 않았느냐
누구를 위한 狂詩曲인가
노란 색소폰 소리
힘차게 불어 본들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 없고
뻐꾹새가 홀로 장단을 맞추네
더 가벼워져야 해
굵게 뿌리 내려 두터워진
이파리 파르르 파르르
실잠자리의 날개처럼 하늘거릴 때까지
천년을 기다려서라도
무소유의 眞空
그 블랙홀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영혼의 소리 들을 수 있다면,
지금 홀로 무겁게 부는 색소폰일지라도
감동의 전원교향곡 아니겠느냐
※ 등칡 : 쥐방울덩굴과의 낙엽성 활엽 만경목으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함경남북도 · 강원도 · 충청북도 · 경상남북도의 깊은 산기슭에 자생한다. 새 가지는 녹색이지만 2년 된 가지는 회갈색을 띤다. 잎은 어긋나는데 둥근 심장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암수딴그루로서 5~6월에 U자형의 색소폰처럼 생긴 황록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한 송이씩 피고, 9~11월에 바나나 모양으로 생긴 둥근 원통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으면서 6개의 능선이 갈라져 납작한 하트 모양의 날개 달린 씨앗이 드러난다. 한방에서「관목통(關木通)」이라 하여 줄기를 약재로 쓴다. 잎 모양은 칡덩굴을 닮았으나 줄기는 칡덩굴과 등나무의 모양을 모두 닮은 데서「등칡」이라 불리며,「칡」과「등나무」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