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제비꽃 지고 / 김승기 시인
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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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4 01:32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뫼제비꽃 지고
뫼제비꽃 지고
물푸레나무 꽃 피는데
서쪽처마 밑의 둥지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기르던 새끼 잃어
낙심하던 제비도 기운차게 돌아와
이미 새끼 길러 내보내고
두 배째 알 품는데
강남 바다를 못 건넜는가
매 수리에게 목숨 잃었는가
내년에 돌아오기는 할까
골수까지 스며든 병
네가 돌아와야
추스를 수 있을까
빈 둥지 바라볼 때마다
벚나무 가로수에서
툭 툭
버찌 떨어져 밟히는 마음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시름만 깊어가네
뫼제비꽃 벌써 지고
원추리 꽃 피어
장마철을 내내
흐렸다 개었다 하늘 가지고 노는데
서쪽처마의 둥지 제비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 뫼제비꽃 :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 숲 밑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고, 땅위줄기는 없다. 잎은 2~3장이 땅속줄기에서 모여나오는데 심장형으로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4~5월에 보라색 또는 연한 자주색의 꽃이 잎 사이로부터 나온 꽃줄기에 5장의 꽃잎이 좌우상칭(左右相稱)으로 피는데 입술꽃잎에 진한 자주색의 줄무늬가 있으며, 꿀주머니는 기둥모양이다. 6~7월에 세모진 계란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