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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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요등 / 김승기 시인

석당 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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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계요등


서울 종묘 담장 위에서
여름이면 땅으로 땅으로
길게 목을 늘이는
계요등
지금 꽃 피우고 있겠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팔을 벌리면서도
누구에게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웃음짓는
바짝 다가가지 않는 사랑법을
가르쳐준 너
오늘도 사랑의 세레나데를 위해
클라리넷 불고 있겠지

병들어 찾아온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않는
낯선 고향
시름겨운 한숨소리 뱉을 때마다
나직이 들려주던 너의 속삭임이 그립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야멸찬 고향 바람
고통의 바다를 자맥질하다가 겨우 잠드는
깊은 이불 속이 유일한 행복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
이제 네게로 가련다

가슴 울려주던 클라리넷 선율 멈추고
둥근 열매마저도 떨어져
누렇게 찌그러진 얼굴 되어도
서로 아픔 달래며 마주하는
행복한 시간 만들고 싶구나





※ 계요등 : 꼭두서니과의 낙엽성 활엽 만경목(덩굴나무)으로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중부지방 이남의 산기슭 양지바른 곳이나 골짜기 또는 해안의 산기슭에 자생한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밑이 둥글거나 심장형이며,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7~9월에 꽃잎의 바깥쪽은 흰색이고 화관통 안쪽은 홍자색 또는 자주색인 나팔 모양의 꽃이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피고,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황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계시등(鷄屎藤)」이라 하여 뿌리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체를 약재로 쓴다. 건드리면 닭똥 냄새가 나므로「계요등(鷄尿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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