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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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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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박주가리


도시로 사람 떠나고
남은 빈집
마당에는 꽃들이 산다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질경이 수영 바랭이
쑥 수크렁 괭이밥 떡쑥 양지꽃 애기똥풀
환삼덩굴 뱀딸기 마디풀 쑥부쟁이 들
봄부터 가을까지
옹기종기 어깨 비비는
풀꽃들의 천국
박주가리가 대장노릇을 한다

제일 먼저 찾아와 넓게 터 잡고
길게 덩굴 뻗으며 힘자랑 뽐내지만
다른 풀들을 억압하지 않는다

몇 해가 지나면서
버드나무 싸리 산딸기
작은 나무들도 찾아와
반갑게 어울려 숲을 만든다

나비 지렁이 거미 딱정벌레 같은
곤충들도 함께 어울리고
들쥐 두더지 새들도 둥지를 트는
풀숲의 천국을 만든다

이 작지만 커다란 천국
평화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싸 안으며 품어주는
박주가리의 넓은 잎그늘이
열려 있는 울타리를 만든다

사람 떠난 시골
빈집
풀꽃들이 사는 마당에는
사슴의 눈을 닮은
박주가리가 대장노릇을 한다





※ 박주가리 : 박주가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굴성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산 초입의 기슭에 흔하게 자생한다. 풀 전체에 유액(乳液)이 들어있어 자르면 흰색의 유액이 흘러나온다. 뿌리줄기가 땅속으로 길게 벋고, 줄기는 다른 물체를 감고 오른다. 잎은 마주나는데 심장형으로 약간 두껍고 광택이 나면서 끝이 뾰족하며, 잎의 뒷면은 뽀얗고, 윗면은 짙은 녹색을 띠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7~8월에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는데 꽃부리는 넓은 종 모양으로 5장의 꽃잎이 깊게 갈라지고, 안쪽에 털이 많이 나있다. 10월에 표주박 모양으로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있는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양쪽으로 쪼개지면서 갓털이 달린 씨가 터져 나와 바람을 타고 퍼진다. 연한 순을 나물로 식용하고, 씨의 털은 바늘쌈지와 인주용으로 쓰며, 한방에서「라마(蘿藦)라 하여 뿌리와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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