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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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 김승기 시인

석당 0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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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살구꽃


울타리 옆
살구나무 한 그루
올해에도 어김없이 꽃을 피우네

지난해 늦가을
폭설에 전선줄 끊어질까
염려되는 아버지 손길에
웃자란 가지 뭉텅뭉텅 잘려
몸뚱이만 덩그렇게 남아
병으로 찌그러진 가슴
선득선득 찬바람 스미더니,

볼품없는 몸뚱이에서도
봄이라고
꽃눈 올려 웃음 머금었네

이제 하늘 향해
새롭게 가지 밀어 올리겠지

얼마나 좋으랴 나무들은
소중한 제 살이면서도
커가면서 필요 없다 여겨지면
과수원 가지치기하듯
스스로 팔 잘라내고,
폭설이나 비바람에 가지 부러지면,
몸뚱이에서 새 가지 내밀어 키우는
복을 지니며 살고 있으니,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사고로 마비된 거추장스런 팔다리 잘라내고
새로 튼튼한 팔다리 내어
여기저기 오갈 수 있었으면 하는,
병든 몸에 이는 생각
어처구니없는 욕심이네

몸뚱이만 남은 줄기에서도
새눈 틔우는 살구꽃 바라보다가
부신 햇살에 눈감으며
젖어보는 허망한 꿈이네





※ 살구나무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 또는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남쪽에 야생으로 자생하고, 각처의 마을 부근에 재배한다. 나무껍질은 붉고, 햇가지는 적갈색이다. 잎은 어긋나는데 계란형으로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4월에 연분홍색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6~7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노란색 또는 주황색으로 익는다. 나무와 꽃은 정원수·관상용·밀원용·공업용으로 쓰고, 한 쪽에 홈이 패여 있는 둥근 열매의 과육(果肉)은 식용하며, 한방에서「행인(杏仁)」이라 하여 종자(씨)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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