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괭이밥 / 김승기 시인

홈 > 시 사랑 > 추천시
추천시
 
여러분의 애송시로 꾸미는 공간입니다.

애기괭이밥 / 김승기 시인

석당 0 2019

172F6E4F50908CEC15F6B1
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애기괭이밥


병원 나서는 길
꽃가게를 지나다
화분에 올려진 애기괭이밥을 본다

하얀 쌀밥 입에 물고서도
축 늘어진 어께 웃음을 잃었다

어쩌다 누구의 손에 잡혀와
쇼윈도우 안에서 마네킹 되었을까

어느 누가 저 꽃을 살까
며칠을 눈여겨봐도 여직 그대로다

숲 속에서 하늘 이고 팔 벌려
얼마나 춤추고 싶을까

자연에서 귀하다고
화분 위에 옮긴들 제 값 할까

처음 있는 그 자리에서
바람도 맞고 이슬도 묻히며
생긴 대로 꽃 피우는 게 행복인 걸

무슨 천금을 바라겠다고
영어의 몸으로 한 생명 옭아매는가

사고로 불편한 몸뚱이지만
이곳저곳 나다닐 수 있는 나는
그래도 너보다야 자유롭구나

억지로 꽃은 피웠지만
풀 죽어 웃음을 잃은 애기괭이밥
가슴 아려온다





※ 애기괭이밥 : 괭이밥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깊은 산 계곡 숲속에 자생한다. 신맛이 나고,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으며, 비늘 조각이 있다. 잎은 모두 뿌리에서 나오는데 3출엽으로 잎자루가 있고, 작은잎은 심장형의 하트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5〜6월에 흰색의 꽃이 줄기 끝에 한 송이씩 피는데 꽃잎 안쪽에 자주색의 줄무늬가 있다. 9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흰색으로 익는다. 어린순은 식용하고, 한방에서「초장초(酢漿草)」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18404D4E50908D73172E1E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