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취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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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취 / 김승기 시인

석당 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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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미역취


갑작스런 사고
시신경을 다쳤는가 보다
끝나지 않는 후유증
백내장이란다

마음의 창에 성에가 끼었으니
세상 안팎을 내들여다볼 수 없단다

세정액 뿌리고
클린타올로 더운 물 적셔
성에를 닦아내야 한단다

지금 길가 언덕 산비탈에는
갈색으로 마르는 서늘한 가슴
노랗게 녹여주는
미역취 꽃 한창이라는데,
볼 수 없는 그리운 얼굴 어떡하나

성에는 닦아내면 되지만
문 닫고 커튼 드리운 채로
눈감고 한 달을 살아야 한다는데,
감은 눈 다시 뜨고
커튼 걷어 올려 창문 열고나면
겨울하늘,
그대 떠나는 길
작별 인사도 나눌 수 없단다

그대를 바라보는 기쁨으로
늦가을 하늘이 포근하게 맑아지고
출렁이는 겨울강도 따뜻했는데,
밤새도록 차가운 바람소리만 목을 조르는
황량한 들판을 두고
내 영혼 어디에서 뉘여야 하나

이번 가을겨울은
유리창 닦아 광택 내는 코팅작업으로
문 닫아야 하는
임시휴업중
그대를 만나볼 수 없단다





※ 미역취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에 흔하게 자생한다. 줄기는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는데 줄기의 잎은 날개를 가진 잎자루가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위로 올라가면서 차츰 작아지고 잎자루도 없어진다. 7~10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고, 10~11월에 원통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데 갓털이 달린 씨가 바람을 타고 퍼진다. 어린순을 식용하고, 한방에서「일지황화(一枝黃花)」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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