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아구장나무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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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아구장나무 / 김승기 시인

석당 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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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설악아구장나무


이제 떠나렵니다.
달꽃웃음 피어오르는 얼굴
보고 싶어도
그냥 떠나렵니다.

태어나 몇십년을 살았어도 밀어내는
허리 휘어지고 등 굽은 고향,
병들어 찾은 몸 따뜻하게 안아줄
어머니의 품이 아닙니다.

그래도 고향이라고
길가 언덕 산비탈에 피는
들꽃이 좋아서
일년 반을 참아냈습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긴 겨울가뭄
자꾸만 나를 밀어냅니다.
굳어진 팔다리
점점 더 뻣뻣해집니다.

찬바람이 금을 그으며 갈라놓는
시퍼런 하늘창틈
들여다보면
안에서는 겨울비가 내립니다.

다시는 오지 않으렵니다.
외로움의 물결이 요동치고
그리움의 그림자
당신의 키보다 길게 늘어져
어둠 덮을 때,
나그네로 지나는 길에
잠시 먼발치서 얼굴 훔쳐볼 수는 있을지라도
지금부터 고향은 없습니다.

더 이상 찾지 않으렵니다.
그렇다고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미소짓는 당신의 환한 얼굴
가슴속 앨범 첫 장에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걸어두겠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병 하나 만들어
牛黃으로 지니고 떠나겠습니다.





※ 설악아구장나무 : 장미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설악조팝나무」라고도 부른다. 한국 특산식물로 우리나라 강원도의 설악산을 비롯하여 방태산과 계방산과 경기도 화악산의 깊고 높은 산 바위틈에 자생한다. 줄기는 회갈색을 띠고 가지는 붉은색을 띤다. 잎은 어긋나는데 계란형으로 잎자루가 짧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고 둔한 결각상(缺刻狀)의 톱니가 있다. 4~6월에 흰색의 꽃이 피고, 8월에 작고 둥근 모양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는다. 설악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졌으며,「아구장나무」와 닮았으나 열매에 털이 없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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