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만난 작살나무 / 김승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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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에서 만난 작살나무 / 김승기 시인

석당 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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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시집 (3) [눈에 들어와 박히면 그게 다 꽃인 것을]





범어사에서 만난 작살나무


겨울 해운대 바닷바람이
올라오지 못하는
금정산 자락은 어머니 품

동백꽃
시뻘겋게 루즈 칠한 입술
유난 떨어도
범어사 대웅전 처마 끝
풍경소리 말이 없다

“굳어진 팔다리 풀어주소서”
병든 몸 고쳐볼까
약사여래 찾다가
비로전에서 합장하고 내려오다 만난
알몸의 작살나무

뚝 뚝 떨어지는 핏방울 아랑곳없이
연신 하늘을 찌르고 있는
날 끝이 무디어 있다

긴긴 겨울밤
송곳으로 허벅지 찌르며
오십 년을 넘게 사셨다는
청상과부 할머니의 넋이
마른 가지에 걸려
대롱대롱 핏방울로 매달려 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
그리움도 한낱 미명의 그림자일 뿐,
이제 그만 지우소서.”

실눈 뜨고 내려다보는 비로자나불
이마에 맺혀 있는
두어 개 붉은 땀방울

금정산은
그렇게 넓은 치맛자락 펼치며
주름살 하나 없는 얼굴
품고 있을 뿐,

작살나무만 목울대에 걸린 사랑을
검은 핏덩이로 뱉어내고 있다





※ 작살나무 : 마편초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기슭에 자생한다. 줄기와 잎에 털이 있으며, 작은 가지에도 별 모양의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가는 톱니가 있다. 7~8월에 연한 자주색의 꽃이 피는데 향기가 있다. 9~10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진한 자주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자주(紫珠)」라 하여 잎을 약재로 쓴다. 가지가 줄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진 모양이 작살 같아서 이름이 붙여졌다. 꽃과 열매가 흰색인 것을「흰작살나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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