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살결 / 최정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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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살결 / 최정연 시인

사슴 0 2527
어둠의 살결 / 최정연


일상의 끝에서 어둠을 만날 수 없다면
단 하룬들 견딜 수 있을까
고단한 하루를 접고 둥글게 몸을 말고 누웠다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이 창 밖에 있다
어둠은 원초적 고독이다
빗소리 창문을 두드린다
어둠은 저의 고독으로 비의 눈물을 덮어준다
어둠은 얼마나 따듯한가
나는 창문을 열고 살며시 어둠을 만져본다
어둠의 살결이 젖어있다
저 어둠 속에 서 있으면
나도 너에게로 젖어들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젖는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스민다는 것
어둠의 살결을 만지고야 알겠다
나는 어둠의 살결을 오래도록 만지며
베란다에 서 있다



최정연 시인
ㆍ경남 의령 출생 2011년『시에 신인상』등단. 2012년 시집『시가 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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