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최정연 시인

홈 > 시 사랑 > 추천시
추천시
 
여러분의 애송시로 꾸미는 공간입니다.

징검다리 / 최정연 시인

사슴 0 2785
징검다리/ 최정연

나는 파다한 세상의 뒤안길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법 배우고 있다
내 볼기짝 수도 없이 때리고 가는
물결과 물소리
버거운 몸 수심 깊이 물살에 부대끼고
고기떼에 가슴 한곳 뜯겨가며 수도(修道) 중이다
물속에 나를 가두고 젖어있는 동안
수밀도의 흰 속살처럼 달이 뜨고
얼마나 많은 햇살이 내 젖은 가슴을 건너갔을까
기다릴 줄 아는 삶은
노을에 잠시 나를 물들이는 것과 같아
푸른 이끼로 돋아난 시간의 정원 속으로
미끄러지듯 또 하루가 저물고
나는 기억의 바퀴를 달고
너에게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다


최정연 시인
ㆍ경남 의령 출생 2011년『시에 신인상』등단. 3012년 시집『시가 마렵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