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 최정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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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 최정연 시인

사슴 0 2515
통증 / 최정연


은파를 따라가다 강을 놓쳤다
강을 놓치고야 은파를 만났다
나는 은파마저 놓치고
어느 낯선 도로 위를 폭염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
이제 그 강변의 기억마저 희미해졌다
노을이 길을 이불처럼 덮는다
기억이 따듯하다
강도 은파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강을 지나치며
노을처럼 꿈을 꾸었다
다시 길을 만든다
길이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아득한 노을 문 두드리면
어둠이 먹물처럼 튕겨 나와 낯선 풍경이 된다
나는 그 풍경을 따라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머무를 수 없는 통증이
어둠보다 무섭다


최정연 시인
ㆍ경남 의령 출생 2011년『시에 신인상』등단. 2012년 시집『시가 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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