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길을 묻지 않는다 / 최정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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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길을 묻지 않는다 / 최정연 시인

사슴 0 3772
새는 길을 묻지 않는다 / 최정연


새 한 마리 전봇줄 위에 앉았더니
허공에 길을 만들며 숲으로 사라졌다
새가 날아간 숲에는
자작나무 그림자 흔들리고
마른풀들이 새가 날아간 방향으로 몸을 누인다
멀리서 보면 고요한 산속
더러 파다한 세상이
갈대로 출렁이며 일어선다
무거운 짐 부려놓듯 나뭇잎이 떨어지고
벗어버릴수록 가벼워지는 생
숲에서 길을 만난다


최정연 시인
ㆍ경남 의령 출생 2011년『시에 신인상』등단. 2012년 시집『시가 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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