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천리향 / 양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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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천리향 / 양전형

밤바다 0 2403
서귀포 천리향

대문 없는 순아네 마당에 천리향이 산다
봄마다
혼자 피어 집을 지키기도 하고
고운 향기를 칠십리 가득 뿌리기도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는데
순아 아버지가 그만 목을 맸다
빚이 춥고 농사가 춥다더니
봄은 왔는데,
사방 온통 섬꽃들
봄이 왔다고 야단법석인데
너무 춥다며 땅 속으로 숨어들었다

천리향은 다시 피었다
업둥이 눈칫밥처럼 살금살금 피어나던 날
뜰에 대문처럼 서서 순아는 울었다
봉곳하던 가슴도 함께 피어
서러운 향기만
서귀포 천리 밖까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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