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의 방 / 양전형
산자고
0
2373
2014.01.27 12:52
실직의 방 /양전형
실직이 방구석에 구겨져 있다
오래 신은 터진 양말이다
고적하게 보이지만
약간의 미소와 약간의 조소를 섞고
세상은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
제 몸 다 떼어주고 눈감은
헐한 돼지머리 같다
마지막 뜯기는 일 외엔 하릴없다며
낡고 마모된 기억들을
갈래갈래 허닥하는 듯
어디선가 웅성웅성 하더니
터진 양말 사이로 사람들 기어 나온다
더러는 웃고 더러는 노여운 얼굴
대충 보면 낯선 사람
가만히 보면 낯익은 사람들
입가를 쓰윽 닦아내며 혀를 날름대며
돼지머리 앞에 줄을 선다
돼지가 힘이 난 듯 뒷목이 빳빳해진다
쓰레기 분리수거에서
아무 쪽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댕돌처럼
실직은 오래 갈수록 궁상이 탄탄하다
실직이 방구석에 구겨져 있다
오래 신은 터진 양말이다
고적하게 보이지만
약간의 미소와 약간의 조소를 섞고
세상은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
제 몸 다 떼어주고 눈감은
헐한 돼지머리 같다
마지막 뜯기는 일 외엔 하릴없다며
낡고 마모된 기억들을
갈래갈래 허닥하는 듯
어디선가 웅성웅성 하더니
터진 양말 사이로 사람들 기어 나온다
더러는 웃고 더러는 노여운 얼굴
대충 보면 낯선 사람
가만히 보면 낯익은 사람들
입가를 쓰윽 닦아내며 혀를 날름대며
돼지머리 앞에 줄을 선다
돼지가 힘이 난 듯 뒷목이 빳빳해진다
쓰레기 분리수거에서
아무 쪽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댕돌처럼
실직은 오래 갈수록 궁상이 탄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