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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놀 속에 종소리 난다 <10ㅡ2>__허응선사, 원감국사, 태고선사, 서산대사, 부휴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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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4 15:12
아득한 놀 속에 종소리 난다 <10ㅡ2>__허응선사, 원감국사, 태고선사, 서산대사, 부휴선사
 글쓴이 : 정석영
조회 : 144  
**<한국의 서정시 5집ㅡ외로 밝은 저 빛자리> 제 10부 산숲에 꿈을 묻고


*행각(行却)중에서----허응선사

자고 일어나 한가히 발을 걷노니
비온 뒤 산은 더욱 푸르다
구름 끝 어디 또 절이 있는가
아득한 놀 속에 종소리 난다


  가난했어도 정겨운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절집의 분위기는 태평성세였었지.
필자가 살았던 산사의 그 정겨움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은 그리움이 가슴
가득 메워져 온다. 스님들의 걸망짐은 자기의 전 살림살이를 죄다 넣어 이사를 가는
행각길이었다. 자동차가 거의 없던 때였으니까 한나절을 느끈히 걸어가서
어느 절에를 당도하였을 때는 대개가 점심때를 넘긴 시간이기 일쑤였다.
시장하던 참에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나면 졸음이 나비처럼 밀려온다. 그래서 허응선
사도 발을 내려놓고 고운 단잠에 꼴깍 빠지셨나 보다. 발을 말아올리면서 '소나기 한 줄
금 지나간 쌍큼한 산빛이 얼마나 싱그러웠을까. 아마도 저녁 종소리인 양싶은데
'구름 끝 어디 절이 있는가, 아득한 놀 속에 종소리 난다'는 그 소슬한 정취가 꿈결처럼
아련하다. 마침 허응선사의 연보를 검색해 보았으나
연보는 나오질 않고 필자가 쓴 허응선사의 이 원시原詩 번역본이 숱하게 올라와 있었네.


睡餘閒捲簾 雨後轉靑山
何處雲邊寺 齋鐘杳霞間


            <∙행각-해재철에 사찰을 순방하는 일.>


*고  사(古寺)----원감국사

옛절에 찾는 사람 없어
숲은 깊고 해는 더욱 길다
고운 이끼 섬돌에 돋고
햇대가 담장 위로 솟는다
비에 젖어 파초잎 더욱 푸르고
작약 향기 바람결에 그윽하구나
앉았다 일어나 한가히 마당을 거닐으니
옷깃에 스치는 바람 시원도 해라



*세월은 번개 같나니---태고선사


세월이 번개같이 흘러가나니
시간을 부디 아껴서 쓰라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번 쉬는 사이에 있으니
아침에는 살아 있으나 저녁까지 보전할는지
이 마음이 그대로 천진불(天眞佛)이라
어찌 수고로이 밖을 향해 구하려는가
모든 일 다 놓아 버리기는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하고
모든 생각 끊고 쓸어 다해 버리고
끊어버린 자취마저 두지 말아라
몸과 마음이 허공 같을 때
고요한 그 광명이 비쳐나리라

나의 본래 그 모습이 어떤 것인고
빛을 되돌려 간절히 살펴 갈지니
홀연히 의심덩이 부서져 버리고
한 실체가 하늘땅을 덮어 싸리니
이 경계를 부디 아무에게나 말하지 말고
거침없이 함부로 날뛰지도 말지니
본분 종사(本分宗師-눈밝은 스승)를 찾아가
정안(바른 안목)을 결택하고 뒷일을 분부 받아
예로부터 전해 온 조사의 법맥을 잇고
가풍(家風)이 치우치거나 편벽되지 아니하여야
그제사 비로소 일없는 사람이 되어
배고프면 밥 먹고 고단하면 쉴 뿐, 다른 일 없느니라

누가 와서 법을 묻는 이가 있거든
인정을 두지 말고 본분사(本分事)로 대할지어다.


*淸虛의 그림같은 詩片들---서산대사


ㅡ개울을 건너며

어머니를 한번 이별한 뒤로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갔나니
늙은 자식이 아버지의 얼굴을 닮아
물속의 그림자 보다가 문득 놀란다


ㅡ도성(都城)을 지나며

눈같이 흰 손길로 여린 듯이 짜올려서
고운 가락 끝났으나 정은 아직 남았어라
가을 강이 거울처럼 맑게 열리어
노을 짙은 산봉우릴 두엇 그려내었구나


ㅡ금강산에서

먼 산 가까운 산 꽃으로 뒤덮이고
바람에 지는 꽃잎 앞 내에 휘날린다
황정경 책장 덮고 고개 돌리니
팔만봉 산마루에 낮달이 지려 하네


ㅡ묘향산에서

십년을 노병 중에 사립문 닫겼어라
물 멀고 산도 깊어 찾는 발길 뜸했더니
창 앞에 와 울던 새가 어이 그뜻 알았는지
흰구름 깊은 골 따라 선자(禪子) 하나 찾아온다


서산대사께서 노년에 묘향산 원적암에 계실 때, 해남 대흥사에서 능엄경 전강을 하다가 아파서 꼭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 도(道)를 배우러 왔다는 소요(逍遙ㅡ당시 50대)에게, 날마다 그 능엄경을 하루
여덟 글자씩 음을 붙여서 두어 번씩 읽어주고 따라 읽히기를 3년 넘게 하시면서 다른 법문이라곤 한
마디도 일러주신 적이 없었다. 그래서 소요는 여기서도 도를 배우지 못하고 허송세월 하는구나 싶어
큰스님께 하직을 하니, "좀 더 있어보지 그래." 하신다. 그래도 떠나야겠다며 걸망을 챙겨 나오니까.
정 그렇다면 거기 잠깐만 기다리라며 잠시 후, 쪽지 하나를 건네주신다. 걸망 구석에 끼워 넣고 산을
내려간다. 한참동안 가다가 문득 생각난 그 쪽지를 꺼내보니 “가소롭다 소 찾는 사람이여!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아’ 하며 무릎을 치고서 둘러보니 눈에 가득한 청산이 본래 내 모습인 것을!
그리고는 부랴부랴 올라갔다. 어린 사미승이 울먹이며 큰스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방에 들어가 뵈니
평소의 모습 그대로 편안히 앉으신 채 입적하셨다. 그는 절을 올리며 소리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이미
대사께선 전법장기(傳法帳記)에 소요선사를 마지막 제자로 등재해 놓으시어, 도졸에게 흥건히도 겨운
눈물 쏟아내게 하셨구요.


*공림사空林寺에서----부휴선사

눈 위에 푸른 달빛, 밤은 깊은데
산 너머 아득한 만리, 길은 멀어라
맑은 바람 뼈속을 스며드는데
창 앞에 홀로 앉아 밤을 지새다


雪月三更夜
關山萬里心
淸風寒徹骨
遊客獨沈吟


*산거(山居)

산 높아 달이 이내 지고
바람에 산열매 떨어지는 소리……
밤 이슥해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데
들창 가득 흰구름만 이어 흐르네

風動果頻落
山高月易沈
時中人不見
窓外白雲深


  이 창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하나 더 기다리고 있는 듯해
여기 부휴선사의 가위 주옥같은 두 편을 올려둔다. 이제 됐겠지요?
부휴는 서산대사의 사제인데, 호남쪽에서 오래 사셨으니 충북 공림사
쯤만 와도 만리관산을 넘어온 듯 아득하였으리라 여겨진다.


----고운 시 찾아 올리는 '구름산방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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