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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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이동순]

들꽃세상 0 2540
꽃나무



- 이 동 순 -




꽃나무를 본다

잎은 따가운 햇살 바늘을

초록 손바닥으로 받으며 견디고

가지는 겨울 삭풍을

앙상한 온몸으로 아우성치며 견디었다

뿌리는 또 어떠한가

늘 캄캄한 땅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단 한 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적이 없었다

이런 세월 지나서 드디어

감격스러운 꽃 피웠다

꽃나무를 보면서

꽃만 곱다고 말하는 그대여

꽃이 저리도 고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잎과 가지와 뿌리의 고통 덕분이다

왜 그것들을 보지 않는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이렇게 어여쁘고 소중하다



* 이동순 시집 '아름다운 순간'(문학사상사, 20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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