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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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안도현]

들꽃세상 1 7509
간격


- 안 도 현 -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鬱鬱蒼蒼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시집 '사랑이 올 때'  (안도현 외 지음. 봄. 2002. 9)


1 Comments
곽상희 2012.02.05 01:50  
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숲을 이룬다는 것>은
좁쌀같이 흐트진 인간의 비극일 것입니다. 뉴욕의 시인곽상희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시인일쑤록 멀리 있어야 하는지요. 시인의 외로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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