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필름 속에서, 울고 있다 [박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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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필름 속에서, 울고 있다 [박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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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필름 속에서, 울고 있다


박수서

흑백필름 액자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어두운 질감의 비는 내리고
총알을 맞은 새처럼 손목이 꽂히고
진자처럼 왕복운동을 하다 끝내
갈라져 터지는 손가락들아
떨어져버린 낙엽이라면 갈고리로 긁어 내버리면
그만이지만 제각기 아픈 것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려드니
내 피가 무슨 産婆나 된 듯
너희를 부르는 구나

흑백필름 속에서 슬픈 영화가 찍힌다
나는 찢겨져 먼지나 되어 날아가고 싶은데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나는 편집중이다
지금 스크립(script) 위로 손가락들이
어깨를 맞대고 울고 있다

---- 시집 [흑백필름 속에서, 울고 있다]중에서 (2002,초록배매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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