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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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최재영

김성길 0 4044
[2005년 강원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안개

최재영

길을 나서면 안개가 먼저 다가온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내력
지상의 열린 틈마다 안개가 스며들고
사람들은 한번쯤 기침을 호소한다

새들은 노래하지 않으며
길은 늘 젖어있다
세상의 새벽은 잠 못 이루는 곳에서 먼저 개어나
충혈된 소음이 도시를 빠져나가고
밤새 안개에 젖어 퉁퉁 불은 가로등이
불면의 문장처럼 침침하다

정오가 되기까지는 완전한 침묵이다
이곳의 시간은
안개의 흐름에 따라 정해진다
사물들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낼 때쯤이면
정오의 햇살이 길의 한복판까지 나와 있다

지루한 변명들이 길게 꼬리를 남기고 사라진다
내 안에 내가 관여할 수 없는 것들처럼
대부분의 안개는 길 위에서 소멸해 버리고

구부러진 생의 길목마다
어둠은 먼저 찾아드는 법
새들은 모두 어디로 날아갔을까.


[심사평]

-"수련과정 거친 솜씨 탁월"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이번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한 전국 시인 지망생들이 무려 2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이 낸 1,500여 편의 시 작품 중에서 오직 한 편만이 당선작으로 뽑힌다.
그래서 시인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시인이 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갖는다.
예선을 거쳐 넘어온 12분의 작품 중 조용숙, 최재영, 심은섭, 이순주 씨의 작품들이
최종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네 분 다 일정한 수준에 이른 작품을 보여주었지만,
많은 논의 끝에 최재영 씨에게
당선의 영광을 안겨주기로
하였다.
심사 위원 두 사람이 무엇보다도 관심을 둔 것은 시의 완결성과 참신성이었다.
시의 완결성이란 곧 시의 구조적 통일성을 말하는 것으로,
시는 특히
독자 공감의 의미 구조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참신성이란
언어 선택과 언어 조합에서 느껴지는 시적 탄력을 말하는 것으로,
신인으로서의 신선한 언어감각과 문체의 힘이 확인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 분의 시가 모두 부분부분 구조적 오류와
진부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선택이 어려웠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최재영 씨의 작품은 많은 수련 과정을 거친 솜씨가 돋보였고,
시적 완결성과 참신성 면에서도 높은 가능성이 인정되는 것이었다.
축하하며, 치열한 분석적 성찰을 통해 보다 좋은
작품 창작에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낙선한 분들이 가진 가능성도 매우 큰 것이었다.
도전 의식도 좋고, 상상력도 남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부분과 전체를 관계 짓는 안목에 미숙함이 보였다.
스스로가 지닌 시적 결함이
무엇인지 살피는 ‘눈’을 형성하여
새로운 창조적 도전 있기를
기원해마지 않는다.

심사위원:신승근(강원일보신춘문예75년당선·정선고교사·시인)
            박민수(춘천교대교수·시인)


[당선소감]

-"내안의 격랑 희망으로 승화"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격랑때문에 유난히 힘들었던 해였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실체는 잡히지 않았고
늘 짝사랑하는 사람의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가슴이 시렸다.
상처의 흔적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고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면서 나는 내 안의 상처들이
자신에게 독이 되기를, 나태해지지 않고 스스로를 잠재우지 않는
시퍼런 독으로 쌓이기를 희망했다. 기쁘다.
내가 당선소감을 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지나치는 작은 측백나무 숲이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치면서 우리는 꽤 친숙해진듯 싶다.
나는 숲의 흐름과 고요와
붉은 행로를 들여다보며 미숙하고 어리숙한 나의 시간들을 곱씹어본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내게 오랜 응시와 인내를 가르쳐 준다.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시인이 되리라.

당선 소식에 제일 먼저 기뻐해 준 남편과 아이들, 아내와 엄마로서 제대로 한 것이 없는데 미안하고 고맙다.
매운 채찍으로 올바른 시의 길로 인도해 주신 박경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늘 든든한 시원동인 선배님들.
부족한 작품 選해 주신 강원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프로필

 △1965년 안성 출생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2학년 재학

 △경기도 평택문인협회 사무국장

 △시원문학회 회원

 △2004년 제5회 전국가사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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