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 김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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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 김용락

김혜련 0 3571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아니, 기적소리가 듣고싶다
가을비에 젖어 다소 처량하게
비극적 음색으로 나를 때리는
그 새벽 기적소리를 듣고싶다
방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있던
단풍이 비에 젖은 채로 이마에 달라붙는
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에서
낡은 카시밀론 이불 밑에 발을 파묻고
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던
20대의 어느날 바로 그날 밤
양철 지붕을 쉬지 않고 두들기던 바람
아, 그 바람소리와 빗줄기를 다시 안아보고 싶다
인생에 대하여, 혹은 문학에 대하여
내용조차 불분명하던
거대 담론으로 불을 밝히기라도 할 양이면
다음날의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우리를 축복하던가
그날은 가고 기적을 울리며 낯선 곳을 향해
이미 떠난 기차처럼 청춘은 가고
낯선 플랫폼에 덩그러니 선 나무처럼
빈 들판에 혼자 서서
아아 나는 오늘밤 슬픈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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