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 김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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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 김완하

김혜련 0 3432
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뻐꾹새 한 마리가
쓰러진 산을 일으켜 깨울 때가 있다
억수 장마에 검게 타버린 솔숲
둥치 부러진 오리목,
칡덩굴 황토에 쓸리고
계곡 물 바위에 뒤엉킬 때

산길 끊겨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저 가파른 비탈길 쓰러지며 넘어와
온 산을 휘감았다 풀고
풀었다 다시 휘감는 뻐꾹새 울음

낭자하게 파헤쳐진 산의 심장에
생피를 토해 내며
한 마리 젖은 뻐꾹새가
무너진 산을 추스려
바로 세울 때가 있다

그 울음 소리에
달맞이 꽃잎이 파르르 떨고
드러난 풀뿌리 흙내 맡을 때
소나무 가지에 한 점 뻐꾹새는
산의 심장에 자신을 묻는다


김 완 하

경기도 안성 출생.
198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길은 마을에 닿는다>,<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네가 밟고 가는 바다>
비평집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중부의 시학> 출간.
계간 <시와 정신> 편집인 겸 주간, 한남대 교수

E-mail : kimwanh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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