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침편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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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이침편지3

정세일 0 1634
가끔은 가을의 추억으로 벼베기를
떠올리지요
대차리 넓은 논에서
학교 학생전체가 일손을 도와주려 가는날
학생들은 몰래 주인아저씨가
가져다준 막걸리도 한잔하고
서투른 낫질이지만 그래도 이마에 땀을
흘리며 벼를 베어서 한쪽에 눕히고  쌓고
점심때면 커다란 대야에 하나가득 쌀밥을
해오면 옹기종기 여기저기 모여앉아
몇그릇도 뚝딱 해치우고
고등학교 형아들은 몰래 언덕뒤로 도망가
담배를 피우고
그렇게 하루해가 짧아지다 보면
그곳에서 종례를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지요
대차리로 가는길 당시엔 포장이 안된
강을 따라 좁고 길다랗고 꼬불거리는 길을
온 전교생이 줄을서서
소풍갔다오듯이 오는 풍경은
가슴속에 수많은 가을이 와서 그렇게
그림을 다시 그리네요
노란 행렬의 행진
검정교복들이 수많은 개미같은 행렬
그때는 예외가 없었어요
여학생들 중에도  활달한 선배들은
더 열심히 일하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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