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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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사랑하는 당신이여!

정세일 1 1235
사랑하는 당신이여!

가을을 다시 말할 수 있다면
바람의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갯벌위에 원두막에서 짚을 달아 만든
창문을 하나 열겠습니다.
강물이 아침에 은빛으로 마음을
출렁거리고
금빛으로 머릿결을 곱게 다듬고 있음을
어린 날의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아직도 이른 가을 서리에
갈무리 하지 못한
개구리참외의 쭈그러진 모습
강가를 향해  어린 날 이를 앓는
소리를 내는 옥수수들
밭가에 풀잎들의 가을 매듭 만들기
다 떠나간 밭에는
고구마 줄기들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밭고랑에는 사마귀가 걸어갑니다.
동그랗게 배를 내민
빛바랜 수박이 두꺼비처럼 배를 내밀고
있어 아직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마른벼락을 맞아
가지가 찢겨진 채로  꼭대기쯤에는
붉은 색으로 다 찌그러진 대추가 여남은 개
달려있는 대추나무에는
까마귀가 찾아와 발에 이슬을 털고 있습니다.
흠, 그래서 가을을 말할 수 있다면
우리 집 원두막에 창이 여러 개 있지만
이른 가을날엔
창문을 하나만 강을 향해 열고서
원두막에서 혼자서 잠을 자고 일어난 날에
턱을 고이고 바로 보는 것은
가을을 어루만질 수 있는 마음과 어린 시절의
낭만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을을 만져보는 마음이 생겨서야
늦게 다시 알게 됩니다.
아침은 가을 원두막에서 다시 시작이 된다는 것을
부스스한 구부정한 허리의 아침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말에요
1 Comments
상곡 2022.05.19 15:10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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