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후에 쓰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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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후에 쓰는글

정세일 0 1250
35년후에 쓰는글

가을비가 이리도 질척거리며 내리던 날
구읍으로 가는 길에
홍영호 와 같이 우산도 없이 같이 걸어가던
생각이 나는 아침입니다
빵을 굽는 집이 있어서 고소한 냄새를 맡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말을 했지요

아 !빵을 한 백 개쯤 먹어봤으면
우 먹고 싶어 그렇게 말했지요 마음에 있는 말을
그러나 우리 주머니엔
달랑 들어있는 손 가락만
그때 청춘의 열망이 있던 시절에는 김이 모락거리며
우리들 마음속에 들 끊고 있었으니까요

오른쪽 발에 소아장애라서 걸을 때마다 힘들어 하면서도
해맑은 그의 미소를 생각합니다.
기타를 잘치는 한 살 더 먹은 형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때로는 동생 같기도 한
마음으로 기대로 어깨로도 기대어

자전거를 타고 뒤에서도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옥천 삼양초등학교에서  구읍으로 가는 길
길 양쪽에는 논이 있고 밭이 있고 중간쯤에는
옥천여중 그리고 옆집 아저씨가 보았다는

산모퉁이 도깨비 
아마 술에 취하셔서 헛것을 보셨지요
가을비를 맞으며 둘이 걷던 생각도 나네요.
구읍 초등학교에 철봉대에 매달려
하늘을 거꾸로 돌리면서
코와 입에 자꾸 들어오는 가을비로 그 뜨거운

청춘의 마음을 식히던
오늘 비가 오니까 홍영호 씨의
그 넓고 깊은  마음이 생각나네요.

나의 마음이 모나고 모질 때 그의 상대방을 따듯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그러나 또 하나 음악 가운데 마음이 시러운것은
그가 나의 마음에 기대고 싶어 했다는 것
늘 그래서 의젓함 보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까지도 나에게 말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다시 이제야 구읍 가는 길서 다시 생각을 해보네요.

오늘도 가을이지만 좋은 날에요
옥천은 추억이 많은 곳이네요
사랑했던 아름다운 마음이 아직은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요.
나의 비탈길에 넘어지는 마음을
기타 하나와 마음으로 기대어 주던
그 친구가 말에요 아니 형이

그래서 오늘도 행복하길 바라면서
이아침에 가을비를 실은 편지 를 다시 보냅니다.
엉 아  잘지내지 
지금도 당구를 잘쳐 
재민이 하고 대전 인동에서 갔던 기억나 당구장에
보고 싶다  언제든 이글을 보면 전화했으면
옥천 구읍에 찾으려 몇 번 갔었어
버얼써 35년이 후딱 지났지

추신) 겉으로 보이는 장애보다
      사람들은 마음에 장애가 더 많다는것을 모른다
      물론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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