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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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이여!

정세일 0 1110
사랑하는 당신이여!
 
가을비가 내리는 날
그렇게 봄에 보낸 새침데기
꽃봉오리가 얼어버린
아직은 봉투를 열어보지 못한

쓰다만 이야기 들
말 못한 보리 잎사귀의 풋풋거림
깨알 같은 햇빛의 아쉬움이
분홍빛 얼굴을 씻으려고

이슬비에 손을 내밀은
진달래의 마음이 들어있는
봄이 사는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분홍빛 새악씨처럼
가마를 타고

한달음에 산중턱에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올라간 꽃잎들의 소근거림과
그림엽서 속에는
그렇게 봄이 다 말하지 못한

그리움의 소식들이 산 너머에서
구구 거리고  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산비둘기 한 쌍의  입에
봄의 엽서를 비를 맞으며 다시 가지고 오고 있네요

그리운 당신이여!
그렇게 기다리네요.
오늘 가을 천으로 만든 우산을
쓰고 마중을 나가면
먼저 가버린 봄을 이렇게 기다리네요
비오는 날에 가로등에 기대어
봄의 편지를 기다리고 싶네요.
봄이 속삭이던 소리를 요
사각 사각 꽃잎이 편지가 되어
걸어오는 소리
뚜벅 뚜벅 꽃가방을
어깨에 둘러맨 내 마음이
징검다리를 건너 오는 소리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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