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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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이여!

정세일 0 1003
사랑하는 당신이여!
 
가을비가 내리는 날
그렇게 봄에 보낸 새침데기
꽃봉오리가 얼어버린
아직은 봉투를 열어보지 못한
쓰다만 이야기 들
말 못한 보리 잎새 의 풋풋거림
깨알 같은 햇빛의 아쉬움이
분홍빛 얼굴을 씻으려고
이슬비에 손을 내밀은
진달래의 마음이 들어있는
봄이 사는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분홍빛 새악씨처럼
가마를 타고
한달음에 산중턱에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올라간 꽃잎들의
결혼식 이야기
그렇게 봄이 다 말하지 못한
그리움의 소식들이 산 너머에서
구구 거리고  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산비둘기 한 쌍의  입에
봄의 엽서를 비를 맞으며 다시 가지고 오려나.
가을 천으로 만든 우산을
쓰고 마중을 나가며
비오는 날에라도 가로등에 기대어
오늘은 봄의 편지를 기다리고 싶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
그냥 생각 없이 걸어가고 싶다
아무런 것도 없이
하얀 색의 도화지에
먼저 붉은 색으로 산을 하나 그려놓고
숲을 그려놓아
마음을 먼저 물들이고
당신이 가로수로 심어 놓은 은행나무 잎에
가을비의 투명하게 비치는
물방울들로 보석처럼 찬란하게  매단다.
감나무 잎처럼 곱게 생각이 물들 무렵이면
가을비도 붉은 색으로 떨어질 수 있으리

그래서 가을날에는
비가 오늘 날이라도
생각이 걸어간 곳과
마음이 뛰어간 곳
그리고 가슴으로  들과 산과
언덕을 뜀뛰기를  한곳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숨이 가쁘다
미움을 씻고
서러움을 씻고
아픔을 씻기는 비가 내리는 날에도
노랗게
붉게
파랗게 물들이는 단풍잎이 마음을
먼저 물들이고 물들이고
씻어 내리고
다시 씻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에 혼자서 걸어간 가을이어서
여름을 건너온
봄의 그 설익은 모습도
가을비에는 다 말하지 못하는
숨은 생각들이 나뭇잎에게만 말하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비오는 날에 가을은 왠지
봄이 오지 않으면 혼자서는 외로워 보인다.
나는 봄인가
아님 비오는 날에 가을인가
둘의 생각 속에 걸어가는 길엔
외길만 외로이 앞에 덩그라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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