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나 겨울이 오기도전에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나 겨울이 오기도전에

정세일 0 1267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나 겨울이 오기도전에
눈이 내리는 생각을 하지요
후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눈은 강가에
산위에 내리고 있는데
마음이 포근해지도록 벽난로가 필요할 것 같아요
우선 벽난로의 먼지를 털고 참나무 장작을
잘 얹어놓고 불을 붙이세요.  마음이 따듯해지도록
아 불쏘시개로 예전에 꾸깃거렸던 종이를 밑에 넣고요
오늘도 행복하길 빌게요 마음의 난로 옆에서 말에요


사랑하는 당신이여!

하얀 입김으로 아침편지를 쓰는 시간입니다
손이 시려서
입김으로 호호 불며
처음 책장에서
누런 종이를 꺼내어
울퉁불퉁한 책상위에
약간은 몽톡해진
그리움으로 몽당연필의 아침을  써 봅니다.
양철 필 통속에서
이리 저리 밤처럼 떼구루루 구르다
반쯤을 골아버린
몽당연필의 아침
썰매를 타고 달려가는 생각이 먼저 시작됩니다.
우리 집 옆에 계단으로 붙어있는 논
썰매를 탈수 있도록
하얗게 얼기를 바라면서
몇 번이나 창가로 바라보고 있지요
그렇게 다시 그리움으로 쓰다보면
몽당연필은 다시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키는 작아지고
그래서 그리움의 몽당연필은
윗저고리 코 묻은 
내 마음에서 그리움의 먼지를 다시 깎아냅니다
하얀 그리움으로 깎아내면
햇빛이 비쳐지고
눈이 부시도록
한달음에 달려가
어린 누이와 함께
아침에  허물어진 위쪽에
돌담만 넘어 갑니다
바로 얼어버린 논이 있으니까요
우리 집에 붙어있는 작은 논에서
하루 종일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응달인 곳으로만
얼음이 은색으로 얼어붙어 있습니다.
썰매를 끌어주던
우리 누이의 아침처럼
오늘 아침에는 그리움으로 만든
팽이채로 얼어버린 아침편지를 맴 맴
곤지를 설수 있도록
논 가운데서 돌려보고 싶네요.
그리움은 언제나
하얀 썰매를 타고 싶어 하나 봐요
내 마음에 눈이 내리듯이 얼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우리 누이도요

940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