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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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사랑하는 당신이여!

정세일 0 1337
사랑하는 당신이여!

겨울날 따듯한 아랫목이
그리운 날입니다
싸리나무 참나무가 아궁이에서
생채로 타고 있어
발이 데일정도로 뜨거운
아랫목에 읍내에 가신
아버지 밥을 스텐그릇에
넣어 검정과 하얀 천으로 덮인
솜이불아래  넣어두고
할머니는 윗목에서
정갈하게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으셔서
겨울날 숯불을 담아 화로에
꾹꾹 눌러서 담아
인두로 여기 저기 잘 다독거려고
겨울 어깨를 들썩거려보고
바늘 뜸을 정갈하게
호롱불 아래서
할아버지의 저고리를 기우고
쇠로된 다리미에
살아있는 숯불을 골라내어
입으로 물을 안개처럼
후후 뿌리면서
날이 서도록 곱게
옷을 다리고
윗목에는 얼음이 얼어있는
동치미와 무김치를
놓아두어
황소 눈을 뜨고 바라보는
우리들 입안에 얼얼하도록
토방에서 꺼내온 고구마와
모래 속에 넣어둔 밤을
화로 속에 뒤적거리며 익히고
할아버지는
마음에 창가에 매화 한 송이를
그려놓고
아흔 아홉의 매화송이를 필 때에
다시 봄이 온다고
마음으로 꽃을 그리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그렇게 다시 겨울이 그리운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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