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새벽에게 하늘빛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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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새벽에게 하늘빛을 말합니다

정세일 0 1201
새벽은 새벽에게 하늘빛을 말합니다

정세일
별들도 가슴이 아파 눈이 되어 스스로 내립니다
눈이 오는 날
별들의 가슴은 숲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별의 생각은 나의 눈물에서부터 하늘빛을 말합니다
아침은 아침에게 말하고
새벽은 새벽에게 하늘빛을 말합니다
무름을 끊어 경건하게
새로운 날은 맞이하는 해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비록 숲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들이 비록 아침을 가지지 못했지만
해가 아침을 열 때마다
풀잎들의 무름은 깨어지고 넘어져서
오랜 전에 잃어버렸던 슬픔의 상처가 아물지 않습니다
눈이 오는 날
마음은 깨끗하고 어린아이 그림처럼 맑아집니다
무언가 그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혼자서 그려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아침입니다
눈이 부시는 아침입니다
마음속에 온통 눈이 내리는 새로운 날입니다
허수아비처럼 들녘에 혼자 서있으면
별이 내리는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 화려한 날들을 잊어버린
쓸쓸함만 남아있는 외로움의 시작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도록
함박눈이 온 땅에 내립니다
첫눈입니다
그리움을 돌고 돌아서
외로움의 모퉁이를 다 걸어서
이제는 처음 사랑을 온 땅에 뒤덮는
새로운 날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당신의 기대어 서있는 날은
나무의 가지에 그리고 산에
처음 사랑의 그 달콤한 추억의 걸어온 길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이 시리고 입이 얼얼하도록
함박눈을 뭉쳐서 입안에 하나 가득 넣어보았던
온 마을은 초가지붕만 보이는
포근함과 그리움이 함께 굴뚝에 연기를 내는
길게 꼬불거리는 길마다
하늘빛으로 가득 차고
눈이 내려서 미 끄러 지도록 빙판길을 만들어
가슴을 다 빛나도록 비쳐 보이는
오 사랑하는 이여
눈이 내리는 날에는
사랑의 눈물 온 들녘에 당신의 이름으로 가득 찹니다
사랑의 눈물 발자국 하나가
오솔길을 걸어서 숲이 되어버린 나의 가슴속으로
걸어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하얀 싸락눈이 바람에 날립니다
작은 바람소리 하나에도 가슴이 설렙니다
새날이 열립니다
당신이 별과 함께 보내준 하얀 세상이
나의 처음 걸어간 발자국들은 새벽처럼 다시
해의 눈물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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