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빛깔은 소낙비처럼 무지개의 마지막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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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빛깔은 소낙비처럼 무지개의 마지막 색

정세일 0 1880
슬픔의 빛깔은 소낙비처럼 무지개의 마지막 색

슬픔의 빛깔은 소낙비처럼
무지개 온 뒤에 세우는 일곱 가지 색
아린 가슴처럼 보라색
작은 가슴으로 기울어진 가장 낮은 자리
쏟아질 것 같은 여름의 그 입맞춤
어느새 성큼 와버린 아기 태양의 바쁜 손놀림
꽃처럼 쏟아져 내리는
햇살의 그 빛난 그 앙증스러운 간질거림
생각의 숲으로 쓴 작은 오솔길
비온 뒤 맴돌 듯 날아다니는
때이른 잠자리들의 여름의 어른거림
그래도 슬픔의 빛깔은
밤의 정적처럼 멈 쳐진 침묵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밝은 귀를 가진
키 큰 나무의 커다란 잎
미루나무의 발 돋음
하늘 끝까지 올라갈 것 같은 초여름 밤의
소낙비 오는 소리
후끈 가슴까지 차오르는
땅의 그 흙냄 새
잃어버린 추억 속으로 걸어가는
하얀 빛 손 모음의 작은 아카시아
소낙비에 손 흔드는 소리들
한 여름 밤의 꿈
가슴속에 감쳐진 작은 빛 방울들
작은 언덕을 돌아
비를 뿌리고
우리집 작은 앵두나무들이  무지개를 처음 본
여름날의 붉은 입술
그리고 붉은 볼
그리고 붉은 하늘  붉은 손
그것은 이미 가버린 봄의 빛깔
슬픔의 빛깔로 변해버린 보라색의 입술
그런데도 아름다움의 빛은
언제나 슬픔의 빛처럼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
슬픔의 깊이는 작은 연못 같으나
아름다움의 깊이는 커다란 강
건너갈수 없는 끊어진 다리
슬픔의 다리
그러나 한여름 밤의 꿈은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소낙비가 내리는
앞산에 작은 품에 안기어
생각의 숲을 가지고 있는
우리집 양철지붕 위에 퉁탕 거리고 떨어지는
무지개의 보라색을 흘러내린다
그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단 하나의 남은 슬픔의 빛깔
오래된 사진처럼
바래버린 추억 속에 작은 날들의
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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