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좋은 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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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 날에요

정세일 0 1355
오늘도 좋은 날에요
다시 주말이 되었습니다.
밤새 바람이 불더니 약간은 잠잠해졌네요.
곧 넘어질듯이 움직이던
가로수들도 평온하게 서있습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온다고 하네요.
비가 많이 오던 날
고등학교 시절
시오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을날
미루나무의 이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시리도록 예쁘다고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가고 있지요
그날도 우산도 없이 그냥
비를 맞고서 학교에 갔어요.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냥 그때는
여름날이네요
전날 얼마나 폭우가 쏟아졌는지
당시에는 개울가엔 축대공사가 안되어 있어
비가 많이 오는 여름날엔
풀뿌리 나뭇잎 칡덩굴 뿌리 뽑힌 나무
흙무덤 나무판자 심지어는
커다란 풀잎덩어리가 떠내려 오곤 하지요
학교에 가는 길 공정 리를 돌아서 냇가를
건너야 하는데 물이 너무 불어
물이 찰랑거리는 입구에도
종아리를 넘었지요.
들어가는 입구는 개울물은 서서히 흐르지만
물에 중간지점은 가슴을 넘고
끝에 지점은 물이 휘돌아 가는 곳이라
흙이 패여 작은 자갈과 함께 흐르고
물의 속도가 빨라
몸이 중심을 잡기가 힘들지요
징검다리는 다 떠내려갔습니다.
쨍쨍 햇빛 나는 여름이 유기전 학교에서 집에 오늘날
중학교 동생들과 낑낑거리며 만들어 논
물이 맑은 날
우리들이 하나둘씩 돌을 고이고
만들어 논 징검다리 돌은 50여 미터가 넘는
개울물 중간에 두어 개 남아있었지요
그렇게 우리들의 눈으로 겁이 날정도로 비가 그렇게 무섭게 온 날에요
그 위로 황토물이 거세게 흐르고
오리는 더 돌아가야 할 가옥리 길은
학교에 지각할 것 같아
유일한 고등학생인 내가 무서워하는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아이들은 손을 서로 잡고1학년 아이 하나는 내가 방을 둘러매고
나는 그 아이를 업고서
그 황토 물을 
건너다가 여러 명이 가슴을 넘는
그 황토 물에 휩쓸러 전라도 사투리로 갱변가(강변)
약 4-5백 미터 떠내려간 날이네요
그날요 아이들 말로 대박 났어요.
책 공책 옷 다 젖고서 
옷을 벗어서 짜서 다시 입고
책은 공정리 갱변가(강변)에 하나 가득 널어놓고서
한꺼번에 다 학교에 가지 않고
땡땡이 한 날이네요
그래서 가끔은 비가 오면
공정리 그 황토물과 징검다리는
마음속에서 꺼내어 보곤 하지요
작은 단편소설의 주인공처럼 말에요
당신은 그런 추억이 없나요
없으면 제 추억을
당신의 사진에  오려내기를 해서
덧 붙여 주세요
아마 그렇게 어린날에 아름다움이
다시 하나 생길수 있을거에요
물은 그렇게 무섭기도 하지만
때로는 깊이를 알 수 없어 황토물이 올 때
자신의 속마음을 뒤집어 보이기도 하지요
갑자기 황순 원씨의 소낙기 가 생각이 되네요
징검다리 매끈한 돌  사춘기 소년소녀의
그 센치하고 까끌거리는  이야기
바로 황순원씨가 말하고자 했던 소설의 이야기는
당신의 속 마음이 아닐까요
언제나 어린마음의 그 설렘과 사춘기
추신) 아 업고서 건너던 아이는 여학생이었네요
      이재순  친구이재명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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