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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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이여!

정세일 0 1238
사랑하는 당신이여!

내 마음에 걸어온 아기 햇살을
위해 서둘러
식탁을 펴봅니다
강 건너 쪽배를 타고
언덕위에 학교에 가는
그를 위해
개울가에서 금빛 물결만을
건져다가
잘 다듬어
마늘 대파 아욱과 된장을 넣어서
얇고 연하고
마음에 그리움이 가득한
구수한 된장국을 끊여봅니다
흠, 아침이라
그 고소함이 마음속
서편그늘 한쪽을 시원하게 할 것 같네요.
아기 상추하고
쑥갓이랑
그 안에 별을 넣어서
입안에 넣으면 톡 톡 터지는
향기의 가득 참이란
아 그래서 기어가는 벌레들처럼
이 꿈틀거림이
때로는 아름답고
신비롭게 비쳐지기도 합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함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릴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의 숲과 나무들
바로 당신을 위해
이 오밀조밀하게 이 땅에
산과 들과 내와 그리고
풀잎들의 노랫소리
늘 당신이
새롭다고 생각하는
아침이면 배를 타고
당신의 하늘이 빛나도록
은빛 가루를 뿌려주는 은하수의
그 수고와 인내
오늘도 당신의 하늘은
노을도 질세라
커다란 붓을 들고 저 멀리
지평선부터 선을 굵게 긋고 있네요.
당신의 마음에 들어있는
왕 수양버들의 물 흐르는 소리
푸르게 푸르게
때로는 출렁 출렁
늘 아침이면
일찍 찾아오는 살랑바람
들리는 듯 소곤거리며
말하는 밀어
안개 잎으로 만든
눈감은 코를 간질이는
강아지 풀
꾀쟁이 방아깨비의
개울 물소리에도
돌리는 나뭇잎 하나의 물레방아
보랏빛 창과 투구를 쓰고
장수가 되어
전장에 나간 울밑에 심어진
가지나무
그렇게 보리와 밀이 심겨진
둔덕을 지나
아 한달음에 숨이 차올라
바라보면
어쩌면 저 멀리서 길을 돌아
어머니가 아침 대차리. 조각난 길을
돌아서 호미와 새끼바구니를
머리에 이시고
오실 것 같은 그런 날에요
어머니의 된장국
그저 아욱과 된장만 넣어도
그 깊이와 정갈함과
맛의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오월의 아침이네요
밭에서 채취해온
익모초를 삶아서
걸어놓고
5월 음력 단옷날 머리감으시려고
창포를 준비하시던
온 동네 들썩이도록 모래밭에 모여
씨름도 하고 이른 천렵도 하던
그래서 다시 단오가 가까웠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오늘도 좋은 날에요
당신의 날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좋은 생각과 마음의 정돈은
온 우주를 꿈꾸게 할 수 있답니다.
당신의 생각이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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