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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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이여!

정세일 0 1360
사랑하는 당신이여!

새벽 공기는 아직 싸늘하네요
아직도 아침에는
긴팔이 필요하네요
아직은 아침에는 온 몸이 싸늘하네요
일교차가 심해서요
개울가를 걸어서
갈대 싹들이 군인들처럼 소총을
들고 열병하는곳을 지나
모세 잠수교 다리위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면 팔뚝만한 고기(칠어 붕어 잉어)
들이 잠수함처럼 꼬리만 내어놓고
왔다 갔다 합니다.
작은 섬처럼 여기저기 있는
갈대숲
한가하게 아침 일찍 일어난 물오리 한 쌍이
저편으로 물살을 가르며 건너갑니다.
시간이 스스로 멈추어 서서 바라볼것만 같아요
너무나 평화로워서요
고요함 생각의 멈춤
손바닥만 한 밭
걸어서 가는 길에요
상추 고추가지 호박 참외 수박 쑥갓
수로에서 물을 떠다가 주고
아카시아 나무가 서있는 곳에서
일찍부터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오늘 아침도 상추쌈을 먹겠네요.
쑥갓을 넣어서 말에요
아 오이도 조그맣게 열매가 열렸습니다.
시금치는 조금 심었고요
그냥 소꿉장난을 하는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밭 두어 고랑 정도의 가꿈도
때론 이렇게 많은 정성이 필요한 것을 느낍니다.
아침저녁 문안인사를 해야 하거든요
상추는 매일 열립니다.
한 잎씩 말에요

바람의 네 귀퉁이
내 마음
안개와 이슬비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
그리움의 눈물조각들
세모 네모 동그라미
굴렁쇠를 닮은
건너편 언덕에서
손으로 잡혀지지 않는
내 마음에만 고이는
별들의 이야기
마음속에 숨겨놓은 날
눈앞에 눈물이 비칠 때에야
보석처럼 꺼내어
밤새 흐르다가도 멈추어있는
개울가에
매끈한 돌처럼 수제비를 만들려고 던져봅니다
회환 시기 분노 미워함
때론 아름다움과 비겁함이
서로 섞어있어서
나 자신을 볼 수 없을 때
아침 안개비가 내리는 곳으로
호미 하나들고
마음에 밭으로 내려가
잡초처럼 얽혀있는 부끄러움을
다 긁어내립니다.
삼태기에 담아서
한쪽에 담처럼 쌓아놓아
나의 언약함과
나약함 그리고 성급한 마음을
바람과 해와 별들에게 보여주려고요
나의 어리석음
무엇이 나의 마음인가
나는 나에게 물어봅니다
날개없는 천사의 물음처럼
그리고 나는 나에게 말합니다
그냥 말없는 강과 언덕
그리고 갈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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